3. 어스름한 새벽빛이 내려앉은 도로는 제법 한산했고 차는 미끄러지듯 도로를 빠져나갔다. 매니저란 사람은 의외로 집에 금방 도착했기에 나는 다니엘과 까딱 눈인사 정도나 하고선 그 집을 벗어났다. 아까부터 힐끔 힐끔 백미러로 나를 살피던 매니저가 눈이 마주치자 흠칫 놀란다. “ 저, 니엘이랑 무슨 사이...인지 여쭤봐도 될까요? ” 다니엘이 별 말을 하지 않...
2. “ 거기 누구세요? ” 오늘 처음 만난 사람과 전혀 어울리지 않는 포즈를 하고 서있는 이상한 상황이라니. 그러나 곧 이 놈 너머로 들리는 익숙한 누군가의 목소리에 난 질끈 감았던 눈을 빠르게 떴다. 아무리 헤어졌다고 한들, 아무리 내 기억 속에서 나쁜 놈이 되었다고 한들 어떻게 잊을 수 있을까. 4년동안 매일 듣고 그리고 생각했던 그 사람 목소리를. ...
1. 평소, 혼자서 영화를 잘 보러 다니는 그런 부류의 성격은 아니었다. 아니, 오히려 혼자 볼 일 따위는 지금껏 없었다고 표현 하는 게 맞는 것일지도 모른다. 늦은 새벽 심야의 비인기 영화는 늘 그렇듯 관람객이 별로 없다. 그건 조금만 심심해도 늘 그 사람과 달려와 킥킥거리며 보곤 했던 이 곳 역시도 마찬가지다. 별로 생소할 것도 없고, 이상할 것도 없을...
19. (完) 다니엘의 지인들은 하나같이 유쾌했고 친절했다. 그 자리의 공기가 내 마음까지 따뜻하게 만드는 것 같았다. 내가 옆에 있어주지 못한 시간 동안 다니엘은 참 좋은 사람들과 함께 하고 있었구나 하는 안심이 들었다. 그래서 진심으로 다행이었다. 그래도 조금이나마 네가 웃을 수 있었을 것 같아서.
18. 기말고사가 시작되고 시험 기간 동안에는 다니엘 얼굴을 아예 볼 수 없었다. 데뷔 막바지 준비를 하느라 꽤 바빴을 뿐더러 나 역시 정신이 없었으니까. 그리고 나 역시 그간 다니엘을 만나느라 공부에 소홀했던 건 사실이라서 벼락치기라도 최선을 다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17. 엠티 내내 제대로 잠을 못잔 탓에 끝나고 집에 돌아오자마자 쓰러져서 잠을 보충했다. 한참 자고 일어났더니 바깥은 벌써 깜깜한 저녁이었다. 다니엘은 아직도 연습중인 건지 딱히 연락이 없다.
16. 짧은 일주일이 끝난 후, 다니엘은 다시 연습생의 신분으로 돌아갔고 연습에 들어가기 전 매일 만나야 한다고 우기던 이유가 왜인지 알 수 있을 정도로 우리는 만남이 제법 힘들어졌다.
15. 음식점에서 무려 7만원이 넘게 나온 입이 떡 벌어질만한 금액을 부득부득 우겨서 결국 혼자 낸 다니엘은 또 뭐가 좋은지 뿌듯한 표정을 지어댔다. 고작 열아홉 살짜리가 돈이 대체 어디 있다고 저러는지. 다니엘이 뿌듯한 표정을 지을 때 마다 왜 자꾸 칭찬해달라고 치대는 강아지가 생각나는 지 모르겠다.
14. 사람들이 수군거리든지 말든지 그 자리에 서서 내 손을 꽉 잡고 있던 다니엘은 내가 또 어디로 가버릴까 봐서인지 나를 붙잡은 채로 형들에게 걸어갔다.
13. 동민이는 정말 공부를 잘했는지 이름만 대면 모두 알 명문대에 합격했다. 그리고 무슨 질긴 인연인지 내가 합격한 학교와 동민이의 학교는 차로 십분도 걸리지 않을 정도로 가까웠다. 당연히 자취를 하는 우리의 집도 가까웠고.
12. “ 뽐뽐!! 오늘 야자 할 거야? ” “ 아니~ 나 오늘 과외 하러 가는 날 ” “ 힝 그래? 어쩔 수 없지이... 오늘 애들이랑 땡땡이 치구 빙수 먹으러 가려 했는데 내일 먹어야 겠다! ”
11. 사실 어디가 부러졌다든가 심하게 찢어졌다든가 한 건 없었다. 그저 자잘한 타박상과 찰과상 정도였을 뿐. 하지만 나는 며칠 동안 잘 일어나지도 않고 침대에 누워만 있었다. 정확히 아픈 데가 어디인지도 잘 모르겠지만 분명히 어딘가가 참을 수 없이 고통스러워서 어두운 밤이 되면 이유도 없이 힘들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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