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 다니엘과 마지막으로 만난 지도 벌써 일주일이 흘렀다. 요 몇 주간 띄엄 띄엄 만나긴 했어도 늘 두 세시간 얼굴이나 겨우 보는 게 전부였기 때문에 사실 제대로 만난 것 같은 기분이 들지도 않았지만.
14. “ 미안하지만, 난 앞으로도 계속. 이럴 수밖에 없을 거라는 거. 당신이 알고 싶은 부분이, 싫은 부분이 무엇이든 간에 나는 변하지 못할 거라는 거. ”
13. 민현과의 작업이 끝났고 내 컨디션이 많이 돌아왔다고 해도, 덩치가 작지도 않은 다니엘을 우리집으로 혼자 끌고 오는 게 쉬운 일은 아니었다. 술에 취한 사람은 몇 배 더 무거워진다는 게 틀린 말은 아닌지 자꾸만 늘어지려고 하는 다니엘을 끌고 가느라 여름도 아닌 날씨에도 내 이마에는 어느새 땀이 맺히고 있었다.
12. 다니엘은 내 팔을 꽉 잡고 있었지만 시선은 뒤의 민현에게 향해 있었다. 도대체 그가 왜 이토록 적반하장으로 분노하고 있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지만 따지고 말고 할 여력도 없었기에 나는 조용히 입을 열었다.
11. 민현의 소속사에서 미팅 예정 시간은 4시 반. 겨우 마지막 마무리를 하고 잠깐 눈을 감았다 뜨니 이미 준비를 해야 할 시간이었다. 무거운 몸을 억지로 일으켰더니 달뜬 숨이 쉬어지는 게 아무래도 진짜 몸살이 왔나 싶었다.
10. 그 후로 며칠 동안 나는 계속 집에서 일에만 집중해 있었다. 민현과 관련 된 작업이 거의 막바지를 향해 가고 있었기 때문에 실로 꽤 바쁘기도 했고. 다니엘에게선 역시 따로 연락이 오거나 하지 않았지만, 별로 신경이 쓰이진 않았다.
9. 그 후로 몇 주간 나는 집에 쳐 박혀 일에만 매달렸다. 워낙에 올빼미 스타일인지라 새벽엔 일을 하고 낮에는 잠에 들어 있었다. 당연히 다니엘에게선 연락이 따로 오거나 하지 않았다. 이대로 우리가 다시는 못 볼 사이가 된다 해도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다.
8. 원래 미팅 시간으로 정했던 시간은 3시였으나 아침 일찍 1시 반으로 당길 수 있는지 연락이 왔다. 미팅 시간 치고는 조금 애매한 시간이라 의문이 들었지만 그러려니 하고는 회사로 향했다.
7. 다니엘의 집 앞에 서서 초인종을 누르려니 몸이 작게 떨렸다. 그때의 기억이 아직 남아있어서일까. 애써 손가락 끝에 힘을 주어 벨을 눌렀지만 아무 인기척이 없는 걸 보니 그는 아직 오지 않은 듯 했다. 어쩔까 잠시 고민했지만 곧 따라간다고 했던 그의 말이 생각나 문에 몸을 슬며시 기댔다. 뭐 잠깐 정도는 기다려도 되겠지.
6. 꽤 오랫동안 나를 괴롭혔던 이번 작업을 막 끝내고 맥주 캔을 땄을 때였다. 차가운 맥주가 목구멍을 타고 들어가기도 전에 울리는 벨소리에 휴대폰을 들었더니 오랜만에 민주의 전화였다.
한참을 더 자고 난 후 일어났을 때, 꽤 많은 시간이 지나 있었지만 늦는다는 그 말이 사실이었는지 다니엘은 오지 않았다. 하긴 그렇게 잘나가는 스타가 나 같은 프리랜서처럼 시간을 여유롭게 보내며 살진 않겠지.
4. 꽤 어두운 조명, 조용한 것 같으면서도 어딘지 모르게 끈적한 음악, 다니엘의 희고 길다란 손이 쥐고 있는 유리컵 속에 가득 채워진 얼음과 위스키. 내 나이 치고는 어울리지 않는 생소한 장소였지만, 꽤 잘 사는 전 남친 덕에 가끔 왔던 곳이라 다행히 어버버 거리는 바보짓은 안 할 수 있었다. 이런 점은 그 사람에게 고마워해야 하는 건가. 괜히 씁쓸함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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